아무튼, 요가
저자 박상아
출판 위고
발행 2019.05.08.
P.17
정말 너무나 불편했다. 선생님이 자세를 안 보여주고 말로만 하니 도무지 뭘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중간중간 짜증 가득한 얼굴로 선생님을 쳐다봤다. 그렇게 매번 짜증이 일 때마다 선생님을 쳐다보는데, 어느 순간부터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쉬지 않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정말 덩치가 컸고, 어떤 이는 정말 뻣뻣해 보였고, 또 어떤 이는 나이가 많아 보였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너무나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세상에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집중하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려는 열정. 요가복은커녕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튀어나올 대로 나온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지만, 괜찮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매트를 다닥다닥 붙여서 앞뒤, 양옆 사람과 계속 부딪히면서도 누구 하나 싫은 기색 보이지 않고, 서로의 움직임을 타협해가며 그 안에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그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세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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