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비건
저자 김한민
출판 위고
발행 2018.11.22.
P.55
“그렇다면 우리 인류가 50년 후에 지금을 되돌아봤을 때,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여길 일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21세기의 ‘홀로코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있다면요?” 초대 손님은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공장식 축산입니다. 즉, 인류가 공장식 축산에서 동물들을 다루는 방식 말입니다. 미래 인류가 돌아본다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P.7
이 책은 타자에 관한 책이다. 한 편의 시 같은,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로 시작해보자.
참으로 아름다운 삶은
그냥 존재함의 차원에 만족하는 조용한 삶이 아니다.
사람답게 사는 삶은
타자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는 삶이다.
P.16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비건이 되는 것은 산업과, 국가와, 영혼 없는 전문가들이 단절시킨 풍부한 관계성을, 어린아이였을 때 누구나 갖고 있던 직관적 연결고리를, 시민들이 스스로의 깨우침과 힘으로 회복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다.
P.58~59
좀처럼 이 단어를 쓰지 않지만, 비건이 되어서 ‘행복하다’는 말까지 할 수 있다. 그 행복은 신체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진실을 보고 깨닫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과 나의 일상이 일치되어 거슬림 없이 살 수 있다는 것, 하루 세 끼에 죄의식이나 찜찜함이 없다는 것, 최소한 의식적/직접적으로는 타자의 고통에 기여하고 있지 않음을 아는 것, 음식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알게 된 것. 이것들이 주는 매일의 보람과 기쁨, 깨끗한 느낌은 결코 작지 않다.
P.53~54
한 비건 활동가이자 연구가는 주장한다. 완벽한 비건을 몇 명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다수의 사람들을 더 ‘비건적’으로 만드는 것이 사회 전체로 봤을 때 훨씬 효과적이라고. 동물을 살리는 데도, 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공중 건강을 위해서도 말이다. 일단 비건-친화적인 사회가 되기만 하면, 실천하기가 점점 쉬워지면서 비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건은 내게 정체성이나 명사이기 이전에 형용사이다. ‘비건적’인 작은 노력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비건은 소수자 운동을 넘어서서 정말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P.64
철학자 레비나스는 얼굴의 윤리학을 말한다. 그는 “얼굴은 하나의 명령”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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