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저자 구로야나기 테츠코
출판 프로메테우스
발간 2004.01.29.
P.31~32
토토는 좀 슬픈 생각이 들었다. 토토가 한참동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교장선생님이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토토의 머리에 크고 따뜻한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자, 이제부터 넌 이 학교 학생이다.”
그때 토토는 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자기 얘기를 들어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번도 하품을 하거나 지루한 표정을 짓지도 않고, 토토가 얘기할 때처럼 똑같이 몸을 앞으로 내민 채 열심히 들어 주었던 것이다.
토토는 그때 아직 시계를 볼 줄 몰랐는데―그래도 오랜 시간으로 느꼈을 정도니까―만약에 시계를 볼 줄 알았다면 틀림없이 더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교장선생님에게 감사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토토와 엄마가 학교에 도착한 것이 8시였고, 교장실에서 얘기가 전부 끝나고 토토가 이 학교의 학생으로 결정되었을 때, 선생님이 회중시계를 보며 “아아, 점심시간이군” 하고 말했으니까… 결국 꼬박 네 시간 동안이나 교장선생님은 토토의 얘기를 들어준 셈이었다.
전후를 막론하고, 토토의 얘기를 그토록 열심히 들어준 어른은 정말이지 여지껏 없었다. 한편, 아직 1학년 밖에 안 된 토토가 무려 네 시간 동안이나 혼자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얘깃거리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엄마나 전에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도 분명 놀랬을 것이다.
그 당시 토토는 아직 퇴학에 대한 것은 물론이고, 주위의 어른들이 자기로 인해 애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원래 밝은 성격인 데다가 또 잘 잊어버리는 편이라서, 어찌 보면 유난히 천진스럽기조차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론 왠지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혼자만 좀 싸늘한 눈총을 받고 있는 듯한 소외감 비슷한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 교장선생님과 있으니 그런 불안감은 차츰 사라졌고, 대신 푸근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 사람하고는 얼마든지 함께 있어도 좋을 것 같아!’
우리의 주인공 토토가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선생님을 처음 만나고 느낀 감상은 바로 이랬다. 이 사람하고는 얼마든지 함께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그리고 고맙게도 교장선생님 역시 토토와 같은 느낌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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