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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마음이 하는 일은 뻔하지만

마음이 하는 일

저자  오지은

출판  위고

발매  2022.05.30.

 

 

P.6

혼자 여행을 떠나 기차에 탔을 때, 아름다운 자연 속을 달리는 것도 좋았지만 어떤 집 담벼락 옆을 천천히 달리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나 햇볕에 널어둔 두툼한 이불, 그리고 날아가지 말라고 가운데에 집어둔 아주 커다란 집게를 보면 나도 모르게 하, 하고 짧은 숨을 뱉었다. 그건 정화였을까. 시스티나 벽화를 본 것도 아니고 고작 누군가의 빨래에.  


P.10
에세이는 삶을 직시하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삶이든, 타인의 삶이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든, 괴로워도 바라봐야 한다.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글로 만들려면 아주 오래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에세이는 용감한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에 따라 ‘생각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간 글’을 뭐라고 부르든, 그것이 산문이든 수필이든 에세이든, 글에 담긴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에세이라는 장르의 팬으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P.11
마음이 하는 일은 뻔하다. 지나가다 보이는 빨랫감도 뻔하다. 뻔하지만 영원히 잡을 수 없는 것이 마음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생긴 몇 년간의 흔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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