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tes

10년 뒤 1시의 내 모습은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저자  이원지 
출판  상상출판
발행  2019.11.13.

 

P.157~158
여느 때처럼 동기들과 도시락을 까먹고 자리에 앉아 멍하니 벽시계를 바라봤다. 1시가 되기 전에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나 또한 단 1초라도 먼저 키보드를 잡고 싶지 않았다. 순간 ‘10년 뒤 1시’ 그때도 이렇게 벽시계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내 모습이 하얀 벽 위로 뚜렷하게 그려졌다.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프리카 들판을 누비고 바람을 느끼던 그때의 결심처럼 살아가리라. (…) 그날 집에 오자마자 사직서 양식을 찾았다. 퇴사의 이유는 뭐라고 적어야 할까. 개인 사유라고 쓰면 될까. 현관에서 펑펑 우는 모습을 본 탓인지 그만둘 거라는 내 말에도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별다른 계획도 목표도 없이 무작정 퇴사를 결심했다. 적어도 10년 뒤 1시의 내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다르리라는 희망을 품고.


P.235~236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차 있던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찾았다. 좋아하는 라테를 주문하고 전자책을 꺼냈다. 한 시간이 흘렀지만 페이지는 단 한 장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Can you do me a favor? (부탁 좀 들어줄래요?)

정신이 바짝 들어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한 손에 포스트잇과 볼펜을, 그리고 한쪽 어깨에는 커다란 백팩을 걸친, 정돈되지 않은 머리의 백인 남자가 서 있었다. 내가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나 싶어 가방을 챙겨 얼른 일어날 채비를 했다. 그러자 그는 노란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적고서 나에게 건넸다. 거기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Stay awesome. (계속 멋있어줘요.)

쪽지와 친절한 웃음을 남기고는 그는 유유히 카페를 나갔다.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과 노란 쪽지를 번갈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P.258
이런 일들을 겪으며 조금이나마 나를 위로해주었던 것은 헛짓거리라 생각하며 벌여온 일들이 (금전적 보상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꼭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P.265 
이 여행을 통해 나도 모르게 ‘진짜 할 만큼 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안 풀릴까’ 하던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다. 늘 불행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볼 때 찾아온다고, 많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자 정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고 충분히 감사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P.21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저질러 보니 생각보다 별일 아니더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여행을 위한 여행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을 따를 것. 이 책을 읽는 당신도 훗날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no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주에 우열은 없다  (0) 2023.05.28
불쑥 솟은 한순간과 그 아래 깔린 시시한 것들에 대해  (0) 2023.05.20
영상 속의 내가 나에게 전하는  (0) 2023.04.11
다만 나는 불꽃이오  (1) 2023.04.04
술친구  (0) 202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