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저자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역자 이정미
출판 현익출판
발행 2023.11.30.
P.55~60
― 시간이 관계하게 되면 논리적인 구조가 생겨나지요?
― 맞습니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말로 차근차근 설명할 때는 순서를 따르게 되지요. 논리란 그런 거니까요. 귀는 논리성 그 자체입니다. 눈은 귀와 성질이 완전히 달라서, 한눈에 보고 이해하지요.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는 거예요. 백 번 들려주는 쪽은 순서대로 구구절절 말하지만 눈으로는 한 번만 보면 이해가 된다는 거예요. (…) 청각이 원래 가지고 있는 성질이 바로 논리성입니다. 시각은 그런 논리성이 없어요. 눈앞에 있는 것이 전부 들어오니까요. ‘이렇게 다 보이는데 어쩔 수 없잖아?’라는 것이 눈의 논리예요(웃음). 뭐, 논리라고 할 수 있다면요. (…)
─ 요즘 시대는 시각에 편중되어 있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진 느낌이 들어요.
P.49~50
― 뇌의 관점에서 보면 청각은 뇌의 원초적인 부분에 직접 다다르는 거예요. 그것이 정서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거지요. (…) 그래서 눈으로 보고 감동하는 경우보다 귀로 듣고 감동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겁니다.
P.53~54
─ 시간과 공간은 음악의 기본 개념이기도 합니다.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는 '멜로디', '화음', '리듬'이에요. 리듬은 주어진 시간을 잘게 쪼개는 것이니 시간 위에 성립하지요. 화음은 울림입니다. 순간순간을 한꺼번에 포착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공간의 파악이에요. 그러면 멜로디란 무엇일까요? 멜로디는 시간과 공간 사이의 '기억 장치'입니다. 시간의 산물인 리듬과 공간의 산물인 화음, 그 양쪽을 일치시키는 인식 경로로서 멜로디라는 기억 장치가 존재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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