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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신자유주의, 식민 지배, 젠더 갈등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정희진
출판  교양인
발행  2023.11.24.


P.8~9
20년 전 《페미니즘의 도전》(2005년)을 처음 펴냈을 때, 이미 한국은 글로벌 자본주의에 급속히 편입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 통치 체제가 우리의 삶에 깊이 침윤하기 시작했다. 각자도생을 위해 자기 계발 열풍이 불었지만, 오래갈 리 없는 이 노력에 지친 사람들은 ‘힐링’과 정의를 갈망했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은 계급의 양극화에 대한 자본주의의 성공적인 처방이다.

이제 부모의 계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자기 계발만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고립되고 방치된 개인들은 생존을 유지하고 시민권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젠더 정체성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강력한 힘을 미치게 되었고, 신자유주의 체제의 핵심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적인 남성성’을 체현한 남성들, 자신의 몸을 자원화하는 데 적극적인 여성들이 등장했고, 이들을 위한 정치적, 경제적 장(場)이 형성되었다. 이 현상이 바로 당대 한국 사회에서 성차별이 ‘젠더 갈등’으로 둔갑한 이유이고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다.

《페미니즘의 도전》이 사회 정의로서 여성주의를 ‘소개’했다면, 이 책은 변화된 여성주의, 정체성의 정치 위주의 담론을 분석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변화해 온 한국 사회의 성 문화(섹슈얼리티, sexuality)를 살펴보고 더불어 기존의 논쟁 구도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개인을 보호하는 공동체나 사회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살아야 하는 통치 방식을 가리킨다. 이때 개인들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이 지닌 자원을 총동원하는데, 부모의 자원은 물론이거니와 나이, 건강, 젠더, 식사량(‘먹방 유튜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망라한다. 특히 여성성은 기존에는 차별과 억압의 ‘원인’이었지만, 지금 일부 여성에게는 자원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가속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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