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쇼 선생님께
저자 비벌리 클리어리
출판 보림
발행 2005.3.1.
P.143
엄마는 아직도 커피를 끓이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뭔가 내 나름대로 아빠를 즐겁게 해 드려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린이 작품집》을 가져다 거기 실린 내 글을 보여 드렸다.
“재밌게 잘 썼구나. 참 신기하네! 나도 양조장에 갈 때마다 그날을 떠올리곤 했거든. 그런데 너도 기억하고 있다니.”
아빠가 이렇게 말해 줘서 나는 정말 기뻤다. 아빠는 잠시 동안 나를 아주 찬찬히 바라보았다. 마치 내 얼굴에서 뭔가 찾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 나는 모른다. 그러더니 아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너는 확실히 아빠보다 영리하구나.”
아빠가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나는 좀 무안했다.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
P.147
“잘 있어, 리.”
아빠는 손을 흔들고 나서 트럭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한 말씀 더 하셨다.
“넌 아주 훌륭한 아이야, 리.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아빠도 절대 너를 실망시키지 않으마. 노력할게.”
트럭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빠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그럼 또 보자!”
아빠 목소리가 예전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 목소리였다.
내가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까지도 엄마는 커피를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아 바로 옆 주유소에서 들려오는 핑핑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빠가 우리 집에 들른 건 브로콜리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빠는 우리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길을 돌아서 가더라도 여기까지 운전해 오신 게 틀림없다. 아빠는 정말로 엄마와 내가 보고 싶었던 거다. 왠지 모르게 조금 슬펐다. 하지만 아빠가 우리를 그리워하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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